우산
김형순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떨리는 손으로 그녀를 찾는다
약속 시간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둥둥 따라다닌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날은 햇볕을 차단하며
관포지교(管鮑之交)처럼 함께하는 그녀
바쁘게 살아가는 날에는 그녀에게 홀대는 안 했는지
비가 내리는 날 반성해 본다
신발 위로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이
위에서는 미끄럼타듯이 주르륵 또르르 흘러
그녀의 리듬에 맞춰 툭툭 치고 지나간다
내 삶의 일부가 되기도 하며 때론 안식처가 되어주는 그녀
순간 날개를 펴고 도심을 경쾌하게 걷는
그녀는 어느 카페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