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뉴스] - 칼럼

▲고경연 메이커스쿨 도봉 센터장.
▲고경연 메이커스쿨 도봉 센터장.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도가 교육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정해진 지식을 암기하던 교실에서 벗어나, 상상하고(Imagine), 만들고(Make), 공유하는(Share) 창의적 인재의 중요성은 이제 시대적 합의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울의 동북권, 도봉구가 ‘메이커스쿨 도봉’을 통해 보여준 행보는 기초지방정부가 미래 교육을 어떻게 선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실험이자 성공적인 사례다.

■ 단단한 반석 위에 쏘아 올린 ‘창의성의 요람’

  ‘메이커스쿨 도봉’의 성공은 더 이상 가능성이 아닌, 검증된 현실이다.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누적 참여자 1만 명 돌파’다. 구청사 이전 후 불과 1년 5개월 만에 이룬 이 놀라운 기록은 ‘만드는 문화’가 일부 마니아의 취미를 넘어 지역 주민 전체의 일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여기에 2025년 상반기에만 499회의 교육을 통해 3,484명이 참여하는 등 양적 성장세 또한 뚜렷하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이러한 성과가 즉흥적인 사업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2월, 구의회가 ‘도봉구 메이커 문화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으며, 집행부는 이미 확보된 예산을 근거로 이에 적극 동의했다. 이는 ‘선 운영’을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후 입법’으로 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가장 이상적인 정책 추진 방식이다. 의회와 집행부가 미래 교육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긴밀히 협력하며 쌓아 올린 단단한 반석 위에서 메이커스쿨 도봉은 이제 서울 동북권을 대표하는 창의성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 오산시의 교훈, ‘메이커’를 넘어 ‘퓨처’로

  박수와 찬사 속에서도 우리는 냉철한 시선으로 미래를 조망해야 한다. 여기서 경기도 오산시의 사례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오산시는 유사한 메이커 활성화 조례를 제정했다가 4년 만에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기존 메이커센터를 AI와 코딩 교육 시설로 전면 개편했기 때문이다. 이는 ‘실패’가 아니라 시대적 흐름에 따른 ‘진화’의 과정으로 읽어야 한다. 한때 혁신의 상징이었던 ‘만들기’ 중심의 메이커 문화는 이제 생성형 AI, 데이터 과학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융합하며 그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오산시의 사례는 도봉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현재의 성공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한발 앞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인가. 지속적인 혁신이 없다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 이제 도봉은 ‘만드는 기술(Make)’을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기술(Future)’을 가르치는 공간으로의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 융합, 심화, 연결: 도봉 교육이 나아갈 길

 그렇다면 ‘메이커스쿨 도봉’의 다음 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세 가지 방향을 제언한다.

 첫째, ‘융합(Convergence)’이다. AI가 설계한 디자인을 3D프린터로 출력하고, 사물인터넷(IoT)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코딩으로 분석하는 식의 교과과정 개편이 시급하다. 메이커 교육과 AI⋅디지털 교육을 별개의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교육과정 안에서 유기적으로 융합시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정체성을 확장하는 새로운 브랜드 전략도 고민할 수 있다.

 둘째, ‘심화(Deepening)’이다. ‘원데이 클래스’와 같은 입문 과정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재능 있는 청소년들이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심화 과정’의 개설이 필요하다. 지역 내 대학, IT 기업과 연계한 마이크로 디그리(Micro-degree) 과정을 도입하거나, 창업을 목표로 하는 청년들을 위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 좋은 예다.

 마지막으로 ‘연결(Connection)’이다. 메이커스쿨 도봉에서 배운 기술이 구체적인 직업 설계로 이어지고, 나아가 지역 내 산업 생태계와 연결되어 실제 창업과 취업의 결실을 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교육이 교육으로 끝나지 않고, 한 사람의 인생과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실질적인 동력이 되도록 정책의 연결고리를 더욱 촘촘히 엮어야 한다.

 도봉구는 이미 미래 교육을 위한 훌륭한 자산과 성공의 경험을 축적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는 대담한 상상력과 한발 앞서 변화를 주도하는 용기다. ‘메이커스쿨 도봉’이 4차 산업혁명의 파도를 타는 서퍼(Surfer)를 길러내는 미래 인재의 산실로 거듭나고, 더 나아가 도봉의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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