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권의 미래 지도를 바꿀 거대한 청사진이 제시됐다. 서울시(시장 오세훈)는 최근 발표한 ‘서울시 균형발전 2.0’ 계획을 통해, 심각한 인구 유출을 겪어온 도봉구와 강북구를 미래 신성장 산업과 활력 넘치는 주거지가 공존하는 신경제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담대한 비전을 밝혔다.
■ 문제의 핵심: 10년간 약 10만 명, 왜 사람들은 도봉·강북을 떠났나
이번 균형발전 계획의 배경에는 ‘인구 유출’이라는 뼈아픈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베드타운’의 이미지가 강했던 도봉구와 강북구는 최근 10년간(2014~2024년) 각각 약 5만 5천 명과 4만 5천 명의 인구가 순유출되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인구 감소 3, 4위라는 현실에 직면해왔다.
이는 단순히 숫자의 감소를 넘어, 지역 상권의 침체와 도시의 활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재개발⋅재건축 지연으로 인한 주거 환경 노후화,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부족은 젊은 층의 이탈을 가속화했고, 이는 서울시 전체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 도봉구의 미래 ①: GTX-C 지하화로 도시의 혈맥을 잇다
도봉구 변화의 핵심 동력 중 하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완전 지하화다. 당초 지상으로 계획되었던 노선은 도봉구를 남북으로 분단시켜 소음, 분진 문제와 함께 지역 발전을 가로막을 우려가 컸다. 하지만 오언석 구청장을 필두로 한 도봉구의 강력한 요구와 노력 끝에 지하화가 확정되면서, 도시 단절을 막고 상부 공간을 녹지 및 주민 편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창동역 복합환승센터 건립과 맞물려, 창동⋅상계 일대를 수도권 동북부 320만 인구의 교통 및 경제 허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의 핵심 퍼즐이다.
■ 도봉구의 미래 ②: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심장을 품다
교통망 확충이 도시의 혈맥을 잇는 작업이라면, ‘창동차량기지 이전 부지’ 개발은 도봉구에 새로운 심장을 이식하는 프로젝트다. 서울시는 이 광활한 부지를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조성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과 연구소, 창업 지원 시설이 집약된 ‘씨드큐브 창동’을 건립하여,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넘쳐나는 ‘직주근접’ 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 강북구의 미래: 규제 혁파로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그리다
강북구는 ‘강북권 대개조’의 핵심축으로서, 수십 년간 묶여 있던 규제의 족쇄를 풀고 도시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변화를 맞이한다. 서울시는 지역의 숙원 과제였던 ‘북한산 고도제한 완화’를 통해, 노후된 주거 환경 개선은 물론 지역의 스카이라인을 바꿀 초고층 복합개발 랜드마크가 들어설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또한 ‘상업지역 총량제’ 폐지를 통해 상업시설을 대폭 확충,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 ‘떠나는 도시’에서 ‘돌아오는 도시’로, 두 구청장의 각오
이번 서울시의 계획 발표에 대해 두 자치구의 구청장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도시의 활력 저하”라고 진단하며, “창동차량기지 부지에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를 유치하고 GTX-C 시대를 열어 도봉을 첨단 경제도시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더 이상 잠만 자고 떠나는 도시가 아닌, 최고의 인재들이 찾아와 머무는 ‘동북권의 경제 심장’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인구 유출은 결국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하며, “북한산 고도제한 완화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주거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강북구가 가진 역사·문화 자원을 빛내 다시 찾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겠다. 주민들의 곁에서 작은 불편까지 해결하는 따뜻한 행정으로 ‘돌아오는 강북’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계획을 발표하며 “서울의 경쟁력은 어느 한 지역이 아닌, 모든 지역이 함께 성장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하며, “이번 균형발전 2.0 계획은 도봉, 강북구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깨워, 시민들이 떠나가는 도시가 아닌 다시 돌아오고 머물고 싶은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만드는 담대한 도전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이번 ‘균형발전 2.0’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수십 년간 정체되었던 서울 동북권의 지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인구 유출의 오명을 벗고 새로운 성장과 기회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역주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