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부동산 투자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동산 제도 합리화를 주장하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정한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규제지역 지정을 두고,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통계 누락’ 의혹이 제기된 강북구와
도봉구에서는 거래 절벽과 집값 급락이 현실화되자, 주민들의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 규제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이를 ‘시간 끌기’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논란의 불씨는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나왔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행정소송 패소 시 규제를 풀 것인가’라는 질의에 “만약 저희가 진다면 (규제 해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윤덕 장관은“저희가 졌다고 하는 것은 15일 공표된 부동산 수치(9월 통계)를 써야 한다고 결론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법적 절차로는 그 지역에 대한 규제를 일부 해제하는 것이 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9월 통계를 반영했다면 강북구, 도봉구가 규제지역에서 제외되었을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법적 다툼에서 패소할 경우 행정 조치를 되돌릴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은 ‘통계 기준’이다. 국토부는 6~8월 주택 가격 통계를 근거로 10월 15일 규제지역을 지정했다. 그러나 주택법 시행령상 조정대상지역은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3배보다 높은 곳’이어야 한다.
만약 대책 발표 직전의 ‘7~9월 통계’를 적용했다면, 이미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든 강북구와 도봉구를 포함한 8개 지역이 기준에 미달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국토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열린 10월 13~14일 당시 공식 공표된 최신 통계는 8월분뿐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이 13일 오후 국토부에 9월 통계를 발신했고, 대통령비서실 역시 14일 밤 관련 자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리한 통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행정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했으며,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김윤덕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정부의 ‘조건부 해제’입장에도 불구하고 강북⋅도봉지역 시장은 이미 치명타를 맞았다. 법적 공방이 진행되는 사이, 주민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19일 도봉·강북·중랑구의 아파트 계약 건수는 470건이었으나, 규제 실시 이후 현재까지 관할 구청에 접수된 토지거래계약허가 민원은 243건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집값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 집계 결과, 강북구 수유벽산1차 아파트의 9월 평균 매매가는 5억 9,875만 원에서 10월 5억 8,223만 원으로 하락했다. 특히 도봉구 한양2·3·4차 아파트는 9월 평균 3억 8,633만 원에서 10월 3억 1,360만 원으로 불과 한 달 만에 7,000만 원 이상 폭락했다.
도봉구 방학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몇 달 동안 이 지역은 완전히 거래가 마비되고 가격이 붕괴할 것”이라며 “사실상 법적 기준도 안 되는 규제로 주민들만 희생시키면서 집값을 잡겠다는 ‘시간 끌기’ 전략"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현재 도봉구 주민들은 “서울 전체는 물론, 강북구와 도봉구 지역이 부당하게 규제 대상에 포함됐고, 과세 부담도 늘었다. 국민의 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가 침해됐다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법적 요건에 미달하는 규제를 즉각 철회하라”며 정부의 공식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정책 당국과 주민 간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