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의 거장, 중리(中里) 신현득 선생의 문학 세계가 도봉구의 소중한 문화 자산으로 거듭났다. 도봉문화원(원장 최귀옥)은 개원 31주년을 맞은 지난 8월 19일, 도봉갤러리와 도봉구민회관에서 특별전시와 학술회의를 개최하며 신현득 선생의 숭고한 기증 정신을 기리고 그 문학적 가치를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번 행사는 2024년 신현득 선생이 평생에 걸쳐 수집하고 집필한 저서, 연구자료, 문인들과의 교류 서신 등 방대한 자료를 도봉문화원에 기증한 것을 계기로 기획되었다. 200여 명의 구민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한 위대한 문인의 삶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로 환원되는 감동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도봉갤러리에서 열린 특별전시 ‘신현득 기증전: 고구려 아이의 동심’ 개막식은 기증자료의 높은 문학적 가치를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자리였다. 선생의 필명에서 착안한 전시명처럼, 전시는 어린이를 향한 그의 무한한 애정을 세 갈래의 ‘동심(童心)’으로 풀어냈다. 첫 번째 ‘어린 마음(童心)’에서는 ‘아기 눈’, ‘고구려의 아이’ 등 대표작과 교과서 수록 작품들을 통해 ‘불가능이 없는 세계’로서의 순수한 동심을 조명했다.
두 번째 ‘움직이는 마음(動心)’에서는 방정환, 윤석중 등 1세대 아동문학가들의 숨결이 깃든 연구자료와 선생의 친필 메모를 통해, 한국 아동문학의 역사가 어떻게 계승되고 발전했는지 그 맥을 짚었다. 특히 몽당연필과 타자기 등으로 재현된 집필 공간은 그의 치열했던 창작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마지막 ‘같은 마음(同心)’에서는 동료⋅후배 문인들과 나눈 서신들을 통해, 문학적 고민과 시대적 사명을 나누었던 대화의 흔적을 따라가며 신현득 문학이 지닌 공동체적 울림의 근원을 확인케 했다.
오후 2시부터 도봉구민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개원 31주년 기념식과 도봉학 학술회의는 신현득 선생의 문학 세계를 학술적으로 조명하고, 기증자료의 미래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지성의 장이었다.
학술회의는 신현득 선생의 여는 강의 ‘나의 삶, 나의 문학’으로 막을 열었다. 선생은 아이들을 향한 애정이 담긴 대표작들을 직접 낭독하며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삶과 문학 인생을 회고하여 청중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어 국내 최고의 신현득 연구 권위자인 신정아 단국대학교 교수는 ‘중리 신현득의 문학세계와 그 의미’를 주제로, 홍성훈 한국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 회장은 ‘한국 아동문학의 변천과 현재’를 주제로 발표하며, 한국 아동문학사에서 신현득 문학이 차지하는 독보적인 위치를 조명했다.
마지막으로 나호열(도봉학연구소장) 시인이 ‘신현득 기증자료의 가치와 활용방안’ 발표를 통해, 이 소중한 문화 자산을 도봉구가 어떻게 보존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계승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언했다.
최귀옥 도봉문화원장은 “이번 개원 기념행사는 한 위대한 문인의 숭고한 나눔이 우리 지역의 자랑스러운 문화 자산으로 거듭나는 뜻깊은 시작”이라며, “신현득 선생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도봉구가 명실상부한 문향(文香)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형순 기자 ks007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