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지만 당당했던 비운의 천재 사진작가‘비비안 마이어’

▴Self Portrait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자신의 대표적인 자화상. Vivian Maier.
▴Self Portrait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자신의 대표적인 자화상. Vivian Maier.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1926년 2월 1일~2009년 4월 21일)는 사후에 재발견된 미국의 거리 사진작가입니다. 그녀는 평생 동안 약 15만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생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2007년 시카고의 한 경매에서 역사학자 존 말루프(John Maloof)에게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마이어는 평생을 보모와 간병인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틈틈이 사진을 찍었고, 평생 동안 사진을 자신의 주요한 관심사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진 작업을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은 채 극히 제한된 인간관계만 맺고 살았습니다. 미스터리한 작품은 발견된 이후에도 많은 부분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1953 New York, Vivian Maier.
▴1953 New York, Vivian Maier.

주로 뉴욕과 시카고의 거리에서 사진을 찍은 마이어는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으며, 뛰어난 관찰력과 독특한 시각을 보여줍니다. 주로 흑백 사진을 찍었으며, 강렬한 대비와 섬세한 구도를 사용해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순간적인 인물의 표정과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이지만 그럼에도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으려한 느낌도 듭니다. 사진에는 종종 자신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는 그녀가 사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마이어의 사진은 전 세계적으로 전시되었으며, 여러 권의 사진집이 출판되었습니다. 2013년, 그녀의 삶과 작품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Finding Vivian Maier)’가 개봉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마이어는 평생 동안 자신의 재능을 숨긴 채 살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사후에 세상에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March 1954 New York. Vivian Maier.
▴March 1954 New York. Vivian Maier.

사진 속 마이어의 이야기는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마이어는 미국 뉴욕에서 프랑스계 어머니와 오스트리아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며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식으로 사진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거리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포착하는 감각을 익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어의 사진은 195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미국의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작품입니다. 도시의 거리, 시장, 공원 등에서 찍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았으며 인종, 계급, 젠더 등 다양한 계층의 삶을 포착한 점은 로버트 프랭크,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헬렌 레빗 등 20세기 최고의 거장들과도 비교될 정도로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이어는 주로 롤라이플렉스(Rolleiflex) 중형 카메라를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카메라는 허리 높이에서 내려다보며 찍는 방식인데 그 덕분에 마이어의 사진은 대체로 피사체가 자연스럽게 촬영된 느낌이 듭니다. 가끔 거울, 유리창 또는 그림자를 이용한 독창적인 자화상(Self Portrait)을 남긴 것도 독특한 볼거리입니다. 아마도 자신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반영(Reflection)을 활용한 구도를 즐긴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1953 New York, Vivian Maier.
▴1953 New York, Vivian Maier.

안타깝게도 마이어는 어려운 생계로 인해 생전에 자신의 사진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고, 필름은 인화조차 하지 못한 채 창고에 보관했다고 합니다. 25세부터 시작한 보모(가정부)생활은 빙판에 넘어져 83세에 사망하기 2년 전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숨겨진 천재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과 사회적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며 강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강한 감성과 시대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뛰어난 구도, 빛과 그림자의 활용, 그리고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마이어에게 카메라는 아마도 단순한 자기표현을 넘어, 세상과 자신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평생의 소중한 친구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June 1954 New York. Vivian Maier.
▴June 1954 New York. Vivian Maier.

 

정나연(서울인뉴스 주필, 사진작가)

2021 호로고루 전국노을사진공모전 대상

2023 제8회 아름다운 우리아파트사진공모전 대상(국토교통부 장관상)

2023 제4회 인천국제해양포럼 바다사진공모전 최우수상

2024 제8회 평택국제사진전 참여작가

2024 보성관광사진 전국공모전 은상

2024 제9회 대한민국사진축전 참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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