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사진 또는 이미지가 모두 사라진다면?
지난 20여 년간 한 결 같이 사진을 찍어온 사람으로서, 현대 사회에서 사진 또는 이미지가 모두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뜬금없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거의 망상에 가까운 부질없는 상상일 수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싶어서 정리해봅니다. 예측컨대 분명한 사실은 현대사회에서 불현듯 사진이나 이미지가 모두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큰 변화와 혼란을 겪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야말로 뇌피셜이지만 저는 이런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첫째, 의사소통과 정보 전달의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사진, 그림, 영상 등 시각 자료가 사라지면 정보 전달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특히, 복잡한 개념이나 기술을 설명할 때 어려움이 따르는 시각 정보의 부재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리고 시각 자료 없이 외국어를 이해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국제 교류와 협력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에 언어 장벽이 심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시각 정보에 의존하는 교육 방식이 많기 때문에 사진이 사라지면 문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기억과 추억 공유의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사진첩, 앨범 등이 사라지면서 개인적인 추억을 간직하고 공유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입니다. 가족, 친구들과의 소중한 순간들을 기억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기에 개인의 추억이 대부분 공감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기록한 사진 자료가 사라지면서 역사 연구와 교육에 큰 차질이 생깁니다. 과거를 이해하고 배우는 데에도 당연히 어려움이 따릅니다.
셋째, 예술과 문화 활동의 제약이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마도 사진, 그림, 조각 등 시각 예술 분야는 존립 기반을 잃게 됩니다. 당연히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이 위축되고,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사라집니다.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시각 영상에 기반한 문화 산업들도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엔터테인먼트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됩니다.
넷째, 산업 및 경제 활동의 어려움이 생깁니다. 시각적인 광고나 마케팅 자료가 사라지면 기업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리고 제품 디자인, 건축 디자인 등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한 디자인 분야가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이어, 연구 결과나 기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과학 및 기술 발전이 더뎌질 수 있습니다.
다섯째,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부작용은 아마도 범죄 현장 사진, CCTV 영상 등 증거 자료가 사라지면서 범죄 수사가 어려워집니다. X선 사진, CT 촬영 등 의료 영상 자료가 사라지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 역시 어려워집니다. 교통 표지판, 안전 표지판 등 시각적인 안전 정보가 사라지면 안전사고의 발생 위험도 높아지겠지요.
이처럼 사진이나 이미지가 사라진 사회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혼란과 불편을 초래할 것입니다. 사진의 부재는 단순히 과거의 추억을 잃는 것을 넘어, 현대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각 정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편리함을 누려왔고 앞으로도 더 그럴 것은 분명합니다.
만약 현대사회에서 사진과 이미지가 모두 사라진다면, 작게는 얼굴을 볼 수 없어 영상통화, 프로필 사진, 감정 표현(이모지 등)이 불가능해지고, 전쟁, 혁명, 스포츠 경기, 가족의 성장 과정 등 인류의 중요한 순간을 시각적으로 보존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기에 예전처럼 후손들은 조상의 모습을 볼 수 없고, 문화와 유산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도 겪을 것입니다.
이처럼 생각을 뒤집어보니, 우리 사회에서 시각적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정보 전달력이 큰 사진의 고마움이 커집니다. 이제 사진과 이미지는 소통의 핵심도구입니다. 사진이 사라진다면, 단순히 정보 전달의 느려짐 정도가 아니라, 문화와 예술분야가 제일 먼저 붕괴할 것이고, 결국 인류는 다시 기록과 소통의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이런 뇌피셜에 도달하고 보니 오늘 따라 셔터소리가 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정나연(한국사진작가협회 도봉구지부)
2021 호로고루 전국노을사진공모전 대상
2023 제8회 아름다운 우리아파트사진공모전 대상(국토교통부 장관상)
2023 제4회 인천국제해양포럼 바다사진공모전 최우수상
2024 제8회 평택국제사진전 참여작가
2024 보성관광사진 전국공모전 은상
2024 제9회 대한민국사진축전 참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