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서울인뉴스]

▴도봉구를 ‘문학의 향기 가득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한휘준 도봉문인협회장.
▴도봉구를 ‘문학의 향기 가득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한휘준 도봉문인협회장.

한국문인협회 도봉구지부(이하. 도봉문인협회)의 수장으로 활동한 한휘준 회장을 만나 도봉 문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휘준 회장의 목소리에는 문학에 대한 깊은 신뢰와 지역사회를 향한 뜨거운 애정이 담겨 있다. 시조 문학의 중추적 역할을 해오며 문학상을 휩쓴 그가 도봉 문단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포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문학은 우리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웃과 소통하며, 더 나아가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봉문인협회는 문학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화적 깊이를 더하고, 주민들의 삶에 풍요로움을 선사하고자 합니다.”

인터뷰의 시작을 연 그의 첫마디는, 그가 이끄는 도봉문인협회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나침반과 같았다. ​지난 봄 문학기행으로 회원 40여 명과 함께 양평으로 문학탐방을 다녀온 그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새로운 활력이 넘쳤었다. 이번 탐방이 어떤 의미였는지 묻자, 그는 ‘화합’과 ‘영감’이라는 두 단어를 꺼내 들었다.

“무엇보다 우리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하고 단합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양평 잔아문학박물관에서 선배 문인들의 고결한 삶과 치열했던 창작의 흔적을 돌아보며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죠. 회원들에게 항상 강조합니다. ‘오늘의 이 경험이 여러분의 가슴속에 잠자고 있는 주옥같은 언어들을 발굴하여, 세상을 감동시킬 위대한 작품으로 태어나길 바란다’고요. 단순한 여행을 넘어, 서로에게 창작의 영감을 불어넣는 재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단순한 친목 도모를 넘어, 창작의 자양분을 얻는 시간으로 탐방을 기획한 그의 섬세함에서 문인들을 향한 깊은 애정이 엿보였다. 이는 그가 평소 ‘문학은 삶의 위대한 스승’이라고 강조해 온 철학과도 맞닿아 있었다.

“문학은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우리는 문학 작품을 통해 타인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동시에 자기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거울로 삼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는 문학이 가진 ‘치유의 힘’을 믿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한 편의 시를 읽고, 나의 감정을 솔직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무게를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습니다. 문학은 우리에게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보듬을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그는 도봉문인협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이러한 문학의 힘을 지역사회 전체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그가 그리는 청사진은 명확했다. 바로 ‘생활 속 문학’의 실현이다.

“생활 속 문학을 통해 지역사회와 깊이 교감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문학이 더 이상 특정 문인들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도봉구민 누구나 문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문학의 문턱을 낮추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입니다. 매년 발간하는 ‘도봉 문학’의 질을 높여 회원들의 창작열을 고취시키는 것은 물론, ‘도봉 문학의 날’과 ‘시화전’ 같은 행사를 더욱 활성화하여 구민과 직접 소통하는 장을 넓혀가겠습니다. 청소년들에게는 창의성과 감성을 키워주는 기회를, 어르신들에게는 삶의 지혜를 글로 남기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하는 맞춤형 프로그램도 구상 중입니다.”

실제로 도봉문인협회의 최근 행보는 그의 철학을 증명하고 있다. 도봉갤러리에서 시화전 행사를 진행했고, 지난 한글날 행사시 원당샘 부근 은행나무 아래에서도 도봉문인협회 회원들의 시가 걸리는 문학 공간으로 변신했었다.

“바로 그것이 제가 말씀드린 ‘생활 속 문학’의 실천입니다. 한글날을 기념해 원당샘 공원에서 아이들의 작품까지 함께 전시하는 것은 문학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공원 벤치에 앉아, 혹은 관공서 복도를 지나다 우연히 마주친 한 편의 시가 팍팍한 일상에 작은 위로와 기쁨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문학이 지역사회에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문학 도시 도봉’의 최종적인 모습은 어떤 것인지 물었다. 그는 잠시 창밖의 북한산을 바라보더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도봉구는 도봉산과 중랑천, 우이천이라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시(詩)가 되는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천혜의 자산을 바탕으로 도봉 곳곳에 숨겨진 문학적 자산을 발굴하고 싶습니다. 재능 있는 신진 작가들을 양성하여 한국 문단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모든 구민이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서로 나누고, 공감하는 문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도시를 꿈꿉니다. 한휘준이라는 이름의 작은 힘이 도봉구민 여러분의 삶에 문학의 향기를 더하고, 우리 도봉구가 대한민국 문학의 새로운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편, 한휘준 회장은 서정시마을 회장, 월하시조문학회장, 한국문인산악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청명시조문학상, 도봉문학상, 월간문학상 등 다수 수상한 도봉구를 대표하는 시조시인이자 ‘사랑 그 아름다운 말’, ‘목련꽃 그늘에서’의 개인 저서가 있다. 김형순 기자 ks00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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