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가을 정취가 완연한 지난 10월 12일(일) 오전 11시, 북한산 우이동 소나무숲길이 문인들의 묵직한 필담(筆談)과 청아한 노랫가락으로 가득 찼다.
국내 문인산악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문인산악회(회장 박인수)가 창립 37주년을 맞아, 회원 30여 명과 함께 ‘2025년 창립기념회 및 산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하며 문학적 교류의 장을 펼쳤다.
1988년 창설된 한국문인산악회는 지난 37년간 ‘산과 문학’이라는 두 개의 길을 함께 걸어온 국내 유일무이한 단체다. 매주 산행을 통해 창작의 영감을 얻고 문학적 동지애를 다져온 이들의 기념회는, 여느 화려한 행사와 달리 자연 속에서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울림을 선사했다.
이날 행사에는 원로 고문들도 자리를 함께하여 37년의 역사를 축하하며 의미를 더했다. 황인선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1부 기념회에서는 정득복, 엄한정 고문의 솔향기 머금은 축사가 이어졌다.
박윤규 김포문화원장이 선보인 구성진 시조창 가락이 청아하게 울려 퍼지자, 참석자들은 물론 바람에 스치는 소나무들마저 숨죽여 귀 기울이는 듯한 장관이 연출되며 행사의 격을 높였다.
2부에서는 제37회 ‘산(山)문학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함동선 전 중앙대 교수를 비롯한 5명의 심사위원이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한 올해의 수상작은, 불교문학회 회장인 김진중 시인의 시집 ‘너희가 한단을 아느냐’가 차지했다. 특히, 산문(散文)을 중심으로 시상해 온 관례를 깨고 시조 부문에서 처음으로 대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점에서 문학적 의미가 더욱 컸다.
박인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문인산악회가 37년간 이어온 문학적 정신은 우리 사회의 언어와 감성을 지켜온 소중한 자산”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번 산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김진중 시인이 선정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내년에는 더 많은 분의 훌륭한 작품이 출품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축사를 맡은 강정화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은 “한국문인산악회가 1년에 한 번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는 산문학상에서, 처음으로 시조 부문의 김진중 시인이 수상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라며, “이번 시상식이 창작의 열정과 문학적 교류를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날 행사는 수상자와 회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마무리되었다. 자연 속에서 문학을 논하고 사람의 정을 나누는 한국문인산악회의 다음 38주년을 향한 묵직한 발걸음이 더욱 기대된다. 김형순 기자 ks007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