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원은 소시오패스인가!

▲황천우 작가의 '원경왕후' 신작 
▲황천우 작가의 '원경왕후' 신작 

얼마전 방영된 드라마 '원경왕후'와 비슷한 시즌에 발표되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신작 소설이 나와 화재다.

황천우 작가의 '원경왕후' 소설이 그의 손끝에 야심차게 탄생한 신간 소설이다. 황작가의 소설은 이렇게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한다.

태종 이방원의 아내였던 원경왕후에 대한 단적인 표현이 있다. ‘음참(陰慘)하고 교활(狡猾)하다’라는 표현이다. 음참은 ‘봄에 서리가 내려 초목을 말려 죽이는 현상’에서 비롯된 단어로 잔악무도하고 교활한 여인이라는 의미인데 누가 이토록 모질게 저주를 퍼부었을까.

놀랍게도 이 표현은 그녀의 남편 즉 이방원이 한 말이다. 그런데 이 표현에 대해 아들인 세종을 비롯하여 그 누구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당당하게 조선왕조실록에 실려 있다. 그렇다면 원경왕후는 이방원의 지적대로 정말로 천하의 몹쓸 여자인가.

주로 역사소설을 집필하는, 정치판 출신 소설가인 황천우가 이 대목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말인즉 이방원은 도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자신의 아내를 그리 평했는지 원경왕후의 입장에서 풀어나간다.

그런데 글의 전개 과정을 상세하게 살피면 한 편의 소설이라기보다는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보인다. 물론 소설적 기법에 더하여 사실에 대한 입증을 위해 인용되는 실록의 기록들 때문에 그러하다.

실록에 등장하는 기록과 동 시대의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진실을 찾아가는 글의 내용을 살피면 원경왕후가 음참하고 교활한 게 아니라 이방원이 자신의 본성을 아내에 빗대어 적나라하게 고백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른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식이다.

왕권 강화라는 핑계를 내세우지만 결국 본인의 자격지심으로 인해 자신의 처남들, 사돈 등 수많은 사람을 파리 목숨 취하듯 죽이고, 제멋대로의 신상필벌, 신료들이 데리고 놀던 창기를 후궁으로 들이는 등 그의 엽기적인 행동들을 살피면 이방원은 현대판 소시오패스를 연상시킨다.

소설 ‘원경왕후’는 원경왕후가 이방원의 희생물로 전락하는 과정 그리고 동 사실을 인지한 세종의 아내, 아버지와 숙부가 이방원에게 개죽음 당한 소헌왕후가 이방원을 제거하기 위해 모종의 조처를 취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에 접근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이방원으로부터 시작한 조선 500여 년이 우리 역사에서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서다. 이에 대해 황천우는 말미에 원경왕후의 입을 빌어 단정한다.

‘조선은 이방원으로 인해 첫 단추를 잘못 꿰었고 그로 인해 미래를 그려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그외 주요작품은 축석령, 1974년 8월15일, 요부김가희, 혁명의 관한 단상, 으뜸고을노원, 식재료 이력서, 수락산에서 놀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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