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기록에서 영원의 감동으로
매일 수십억 장의 사진이 세상에 태어나는 시대. 우리 모두의 손에는 스마트폰이라는 놀라운 카메라가 들려있고, 누구나 ‘사진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길가에 핀 작은 들꽃, 사랑하는 이의 미소, 황홀한 저녁노을.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손쉽게 프레임 안에 담습니다.
그렇다면 이 무수한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어떤 사진은 그저 ‘기록’에 머무르고 어떤 사진은 시간을 초월하는 ‘예술작품’으로 승화되는 것일까요? 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값비싼 카메라나 화려한 기술에 있지 않습니다. 그 답은 바로 사진을 찍는 사람, 즉 ‘작가'의 내면에 있습니다.
첫째, 작품은 ‘의도’에서 시작됩니다.
예술로서의 사진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실을 복제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작가가 세상에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자,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입니다. 똑같은 풍경을 앞에 두고도 어떤 이는 웅장함을, 다른 이는 쓸쓸함을 포착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 찍는가에 대한 작가의 뚜렷한 의도가 담길 때, 사진은 비로소 단순한 기록을 넘어 작가의 철학이 담긴 한 편의 시(詩)가 됩니다. 사진은 대상을 향한 작가의 ‘해석’인 셈입니다.
둘째, 예술은 ‘시선’으로 완성됩니다.
작가의 의도는 그들만의 고유한 ‘시선’을 통해 구체화됩니다. 이 시선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발견하는 능력입니다. 빛과 그림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떤 구도를 선택할 것인지, 찰나의 순간 중 어느 때에 셔터를 누를 것인지. 이 모든 선택은 작가의 시선이 빚어내는 조형 언어입니다. 뛰어난 장비는 그 시선을 현실로 구현해 내는 훌륭한 도구지만, 그 본질은 작가의 눈과 마음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셋째, 작품은 ‘소통’으로 생명을 얻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진은 관객과 만날 때 비로소 완전한 예술작품으로 생명을 얻습니다. 작가가 프레임 속에 심어둔 의도와 감정은 관객의 경험과 만나 새로운 의미로 확장됩니다. 한 장의 사진 앞에서 어떤 이는 위로를 받고, 어떤 이는 질문을 던지며, 또 다른 이는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 관객의 마음속에서 재해석되고 공명을 일으킬 때,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살아 숨 쉬는 존재가 됩니다. 그것이 바로 사진이 가진 예술로서의 위대한 힘입니다. 분명한 것은 사진이 예술이 되고 작품이 되는 과정은 카메라의 기계적인 메커니즘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작가의 깊은 사유와 고유한 시선이 찰나의 빛과 만나고, 다시 관객의 마음에 가닿아 새로운 이야기를 피워내는 경이로운 여정입니다. 이 땅의 모든 사진가들이 셔터를 누르는 모든 순간이 세상을 향한 따뜻한 질문이자 깊은 울림을 주는 예술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정나연 사진작가
2021 호로고루 전국노을사진공모전 대상
2023 제8회 아름다운 우리아파트사진공모전 대상(국토교통부 장관상)
2023 제4회 인천국제해양포럼 바다사진공모전 최우수상
2024 제8회 평택국제사진전 참여작가
2024 보성관광사진 전국공모전 은상
2024 제9회 대한민국사진축전 참여작가
2025 제43회 대한민국사진대전 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