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무덤 1   

황인선 시인

 

나비의 주검을 보았는가

부서진 날개를 차가운 눈 속에 묻고

팔랑거리는 노래를 멈춘

거룩한 주검을 보았는가

아이가 눈을 뜬 곳은

여기저기 불타고 파헤쳐진

폐허 한가운데서 싸늘히 식어가는

어미 품이었다

놀란 아이 눈에 들어온 것은

포연이 자욱한 건물 잔해 사이로

나풀나풀 날아오르는

흰빛에 싸인 나비 한 마리

세계로 타전된 뉴스에선

앙담은 입술 결연한 눈초리가

이대 팔 가리마 가르는 확고한 목소리로

전쟁을 선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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