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한숨이다

황인선 시인 

 

서부천 몽롱한 수면에 빽빽한

노랑어리연꽃

뿌리 내릴 땅 한 줌 없이 물 위에

까치발로 떠서는 하늘 향해

와글와글 농성 한 판 벌린다

보란 듯 물가에 자리 잡고 앉은

노랑 창포꽃이

이해한다며 고갤 끄덕이는데

마침, 지나던 바람이

니가 뭘 알겠어! 하며 웃는다

한겨울 볕 한 줌 안드는 쪽방에서

전기장판 1단계 온기에 의지한 채

하얗게 서리 낀 천장에 대고

무기력하게 뱉어내는 긴 한숨

저리 높이 계신 분들이

이런 소리들 듣고나 계실지

니가 잘못 살아서 그렇지! 하며

핀잔이나 안 하면 다행이라고

바람도 덩달아 한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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