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차를 마시며 

황인선 시인

 

꽃차를 마시며

장독대에 핀 서리꽃을 봅니다

 

잘 덖은 갈색 바삭한 꽃송이가

깊은 향기 머금고 있듯

주름 꽃으로 간직한 어머니

 

과중한 시집살이 견디시다가

자식 학비 벌어보겠다고

친정 다녀와서 우셨지요

 

아버지 병수발하며

가슴 쓸어내리시던

수많은 낮과 밤도 지금은

빈 잔에 남아 있는 꽃송이처럼

홀로 계신 어머니

 

꽃차를 마시며

어머니와 제 생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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