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석양의 외로움과 그리움

-김포 아라뱃길따라

          ▲박윤규 김포문화원장           
          ▲박윤규 김포문화원장           

 

외로움이란 석양이라고 생각해 본다. 석양을 만나려 한강 줄기 아라뱃길을 따라 자전거 전용도로인 인천 서구 장기리 항어장터에 있는 잉어조형물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좌우로 해지는 저녁노을 아파트 숲의 풍경은 석양빛에 노년의 형태로 시야에 들어온다.

맑은 강변 공기가 뿌연 스모그로 변하고 굉적 자동차 소음은 청각을 울리고 있었다. 황사의 찌푸린 날씨에 인간의 한숨 소리가 외롭고 쓸쓸하다는 메아리로 환청되고 있는 순간 자전거의 두 바퀴가 장기리 항어장터 잉어 조형물에서 멈춘다.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났다. 「외로움이란 하늘과 땅 사이 석양이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일몰하듯이 찬란한 아름다움의 청년, 장년 실상이 동쪽에 있었다면 노년의 일상은 서쪽 석양과 함께 서글픔으로 일그러짐을 어찌하랴. 석양은 보는 자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참새가 죽을 때 마지막 노랫소리가 정말 아름답듯이 나도 이로운 말을 해보자. 나는 잘 익은 사과처럼 아니 잘 익으면서 늙고 있다는 자세로 용기가 솟는다.

공적 사회에 참여하는 한 사람이 되기 위해 동창과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80 넘어 90을 바라보는 망구의 나이라 그런지 답신의 전화가 안 온다. 애꿎은 핸드폰을 두드려 정보를 들여다본다.

그때 절 친구의 전화가 왔다. 장수막걸리나 한잔하자는 목소리에 외로움의 구미가 당긴다. 인간은 탯줄을 달고 세상에 나오듯이 외로움을 껴안고 나온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그래. 사람은 외로운 것이고 외로움을 이기라고 하느님이 지혜를 주셨다고 생각해 본다.

이 말을 역으로 해석해 보면, 외로움에서 벗어나면 사람이 아니고 외로움이 없다면, 죽은 자가 아니겠냐는 변증 논법이 나를 위로해 준다.

그렇다면, 외로움을 받아드리자. 다시 말하면, 외로움을 그리움으로 승화시키자는 대체론이다. 외로움보다 그리움으로 삶의 질을 넓혀보자. 친구도 만나고 외로울 때면 그리움으로 허공을 채우고, 그러기 위해서 젊었을 때와 늙기 전에 취미나 전공 분야로 발판을 만들고 노후를 대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외로움은 그리움이 될 것이고 행복한 일상이 열린다고 믿는다. 석양의 외로움을 그리움과 아쉬움의 친구가 되어 함께 아라뱃길을 산책하고 싶다. 외로움과 그리움은 오른발, 왼발이 되어 함께 어깨동무하여 상생낙생하는 공생의 진리가 되면서 아름다운 석양 후의 달빛의 그림자로 드리워질 것이다.

 

박윤규 김포문화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농민문학협회 회원

 2025.4.2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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